환절기
2020년 2월 19일 수 오전 5:57
어제는 진눈깨비가 내렸다. 애매한 기온에 다 얼지도 다 녹지도 못한 물 조각이 땅을 적셨다. 매서운 눈바람이 불던 계절은 어김없이 흘러 가고 남겨진 자리에는 햇볕이 들어온다. 계절과 계절 사이 애매한 시간. 그러나 사계와 같이 꼭 네 번 만나는 이 시간은 투박한 이름을 갖는다. 환절기. 지나감이 이 계절의 의무로 여겨지므로 머무름은 자연스레 부정된다. 가장 애매한 위치와 온도 그래서 가장 보통의 날처럼. 별다른 의미없이 과거로 흘러가는 하루는 환절기 같다. 나는 그런 날엔 언어에 머무르고 싶다. 말과 글로 의미를 불어넣을 때 하루는 진눈깨비 같이 애매하고 특별하다. 익숙한 당신들을 사랑하는 일은 환절기 같다. 나는 이 계절을 자꾸만 붙잡아두고 싶다. 당신들을 기록하고 싶다.